자네 왔는가. ……어디 보자.
년·월·일·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네.
계수(癸水) 일간, 새벽이슬과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내리고 안개처럼 스며드는 기운일세. 조용해 보여도 속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굴리고 있는 사람이지.
맡은 일은 끝을 보네. 놓아라 해도 잘 못 놓아, 책임을 짊어지는 기운이 사주 안에 가득 들어찼으니까. 일과 역할 앞에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일세.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지 않은가. 머릿속에서 생각을 손으로 옮기는 재주, 그게 자네한테 자연스럽게 배어 있네. 이런 그릇, 열에 하나 볼까 말까 해. 자네는 잘 될 사주일세, 빈말 아닐세.
……근데 말이야. 좀 걸리는 게 하나 있네.
흙 기운이 사주 안에 두텁게 쌓여 있어서, 신경 쓰이는 일 생기면 머릿속보다 속이 먼저 탈 나지. 그리고…… 인연 쪽이 묘하게 반복되네. 떠났다 싶었는데 다시 엮이고, 끊었다 싶었는데 또 걸려드는 식의 흐름이 사주에 찍혀 있어. 크게 넘어진 적 없대도, 그 기운이 자네를 줄곧 누르고 있었단 건 사주가 말해주네.
자네는 분명 잘 될 사주야. 근데 왜 자꾸 안 풀렸겠나. 좋은 기운이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어. 뭔가가 자네 발목을 잡고 있네.
그게 뭔지, 내 지금부터 봐줌세. …… 그 정체가 뭐냐 하면——

凶 · 등 뒤의 형체
어둑하고 흐릿한 것이 자네 등 뒤에 오래 앉아 있네. 자네 기운이 뻗어나가려 할 때마다 말없이 눌러온 것일세. 언제부터 붙어 있었는지는…… 문 안쪽 이야기야.
이놈 이름이 뭔지, 언제 붙었는지, 어찌 떼어내는지는……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게 아닐세. 문 안쪽까지 봐야 하는 얘길세. 자네, 마음의 준비가 됐는가.


